시내 곳곳에 크고 작은 사당이 많은데,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꼭 있다.
편안하게 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
도로에는 오토바이만을 위한 대기 공간도 있다.
차들은 오토바이보다 뒤에서 기다리고,
오토바이들은 능숙하게 네모 박스 안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빙글빙글 도는 육교.
버블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춘수당春水堂.
버블티가 유명하다고 하길래 찻집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음식점이라 점심을 먹기 위해 웨이팅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왜요,
제가 버블티 실링 빨대로 못 뚫는 사람 같으세요?
당연한 소리를 하시네.
찻잎의 향이 살짝 더 존재감 있다는 점 말고는
한국에서 먹는 맛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제 어디가서든 원조 버블티를 먹어봤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됐다.
계속해서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들어가는 입구쯤의 날씨.
무수히 줄지어놓은 공중전화박스에 두 개 만 남아있다.
듣고 싶은 목소리를 언제든 들을 수 있는 시대니까.
기다랗게 인도로 뻗어 내려온 가지는
자르는 대신 돌돌 말아 묶어둔다.
식물과 더불어 사는 나라.
하지만 꽃은 버리셨네요.
제비.
청설모.
응?
공원의 입구.
버스킹.
저는 사수자리예요.
타이중 공원을 한가롭게 걷는다.
골목에선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비둘기들이 전부 공원에 있다.
한국에서는 식물원에서도 보기 쉽지 않을 나무가
대만에서는 길거리며 공원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나라나 '평범하네'의 기준은 다르구나.
대만인 흉내: 평범하네요.
숨은 그림 찾기.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똑 닮은 다른 새가 나오자 같이 날아갔다.
숨은 그림 찾기.
그냥 가버렸다고 거북이가 내 욕 했을까.
정말 큰 나무!
나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컸는데
혼나기 싫어서 안 들어갔어요.
공원의 구석에서 만난 공간.
대만에는 입구마다 놓인 돌사자상을 곧잘 볼 수 있다.
왼쪽은 암사자(발밑에 새끼 사자), 오른쪽은 수사자(발밑에 구슬).
각기 집의 안과 밖을 수호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들었다.
동상에는 지성선사至聖先師라 쓰여있는데
이건 가장 뛰어난 성인, 공자를 뜻하는 말이다.
도심에는 신을 모시는 사당뿐 아니라 공자를 모시는 묘도 더러 있다.
방금까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염소는 뭐지?
또 걷고 걸어 이번에 찾아가는 곳은 완허궁Wanhe Temple.
타이중에서 가장 오래된 사당이다.
표지판이 걸린 길로 들어가고부터
향을 꽂아둔 간소한 제사상이 거리로 나와있어
신기하게 구경하는데,
저 멀리서부터
나팔을 불고 춤추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가짜 종이돈을 태운 흔적.
종이는 금지金紙라고 부르는데, 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불로 태움으로써 공물을 올리는 의식이다.
나무로 만든 화려한 가마를 완허궁의 안으로.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후다닥 뒤따라 들어왔다.
과일, 음료, 과자에 꽃이며 갖은 공물이 즐비하고,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가득하다.
뭐야, 나도 같이 해요.
萬和宮
완허궁
恭祝天上聖母聖誕千秋
천상성모의 탄신일을 경건히 축하드립니다
農曆 3月20日
음력 3월 20일
알고 보니 마조媽祖신의 생일잔치가 벌어지고 있던 중!
마조는 거대한 여성의 형태를 한 해양의 신으로,
한국 해안가 마을의 '마고할미' 신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할 정도로
바다와 인접한 동남아시아 인접 국가들에 의미가 큰 신이라고 한다.
폭죽을 터트린 흔적.
대만도 중국도 경사에는 꼭 폭죽을 터트리는 걸까?
가마를 싣고 춤추기에 저 바로 앞에 서서 구경하고 있자니
사람들이 갑자기 귀를 막고 물러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콩알탄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제대로 된 폭죽이었어⋯.
난툰구의 주민단.
궁에 들어갔다 나온 가마 몇 채와 수백 명의 인파가
줄지어 동네를 순회하러 출발.
인파가 떠난 완허궁.
마음이 들떠서 가만 구경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향내와 종이 태운 내를 따라 몰래몰래⋯.
(부끄러우니까)
공물을 차린 상을 준비해 두었던 주민들은
마차가 집 앞을 지나가면,
꺼내둔 난로에 불을 붙이고 금지를 태운다.
그러면 오토바이를 탄 스님이
모든 집에 방문해 짧게 기도를 올려주신다.
도로를 통제하고 이어지는 행렬.
북도 치고 노래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구경.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더 발랄한 멜로디를 따라와 발견한 대만의 쓰레기차.
아주 느리게 달리고 있으면 주민들이 양손 가득 쓰레기봉투를 들고 직접 나온다.
놓치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밤에도 다니더라고요.
여행의 첫 목적대로 정처없이 많이 걸었다.
돌아가자!
헉헉 잠시만 구아바만 사고
잘 말랐니?
캐리어 없이 왔기 때문에 옷을 무조건 빨아 입어야 했다.
심지어 세탁기가 없는 숙소를 잡아서
가져온 세탁비누를 바르고 열심히 발로 밟았다.
세탁기는 훌륭한 문명의 이기야⋯.
구아바를 두 개나 먹고 저녁을 건너뛰려다
괜한 아쉬움에 야식을 먹으러 나왔다.
분명 표지판이 많지만 홍콩과는 사뭇 다르다.
숙소 주변의 동라이자기통찹쌀밥東來瓷筒米糕.
평범한 동네 식당이라 가족단위로도 손님이 앉아 있었다.
찹쌀밥인 미까오米糕와 돼지뇌탕豬腦湯.
내가 아는 맛으로 찾자면 약밥에 가깝다.
달달한 맛이 나고, 매콤 달달한 핫소스와 고수를 올렸다.
밥알이 쫀득하고 감칠맛이 강해서 너무너무 대만족!
곁들이로 돼지뇌탕을 시켰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미까오와 돼지뇌탕을 세트로 먹고 있었다.
이리처럼 탱글 하게 생겼지만 실제로 별 탄력은 없고,
흐물하게 입안에서 으스러지며 맛은 돼지 간과 비슷하다.
국물이 맑은데 잡내도 안 나는 건 향신료 덕일까?
미까오는 적은 양으로 싸게 먹는 음식인가 보다.
잘 먹고 하루 마무리.
눈 뜨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이동.
이틀간의 타이중 일정을 끝내고
다음 도시로 가기 위해 타이중 고속 열차를 타러 왔다.
빠르게 헤어지게 된 타이중.
물론 아직까지 두 번이나 찾아간 해외여행지는 없지만⋯
지금이 마지막이란 듯이 모두 보고 가기 보다는
다시 올 사람처럼 미련 없이 떠나는 여행이 좋다.
나 가능성에 중독된 건가?
안녕, 臺中!